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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전동킥보드가 ‘킥라니’로 변모되기까지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처음에는 화려한 등장이었다. 전동킥보드는 쉽게 빌려 타고 쉽게 주차시킨다는 편리함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너무 편리하게 빌린 탓일까. 도로를 달리는 전동킥보드는 갑자기 툭 튀어나와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고라니와 그 행태가 비슷하다고 여겨져 ‘킥라니’라는 합성어로 불리게 됐고, 실효성 있는 지침이나 안전장비 없이 도로를 달리는 탓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진동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동킥보드를 규제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갈팡질팡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해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 허용 ▲최고 시속 25㎞ 미만 등의 규칙을 세워 올해 12월 1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나이 제한 규제까지 완화해 만 13세부터 운전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논란을 샀다.

따로 면허도 없이 차도와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오가는 전동킥보드를 만 13세에게 맡긴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었고, 다행히 해당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지난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다시 지침을 세워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으로 나이 제한을 올리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만 13세의 아이가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이렇게 7개월 만에 기존 법안을 수정하는 일이 벌어지자 당초 전동킥보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법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떤 이동수단이든 쓰이는 환경과 기기의 문제점 및 특성을 살펴 그에 맞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알았다면 애초에 나이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동킥보드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은 우리에게 신선한 즐거움과 편리성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어떤 이동수단이든 제대로 된 규제가 없이는 그저 킥라니에 불과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직시하고 나이 규제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의 위험성과 특성을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전동킥보드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있으나 마나한 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세심한 관심이 들어간 내용의 법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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