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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아?”정비사업 추진 방향 모색 심포지엄서 ‘재건축 활성화’ 정부에 사실상 ‘반기’

   
▲ 서울 정비사업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 30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김정우 기자>

[아유경제=김정우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재건축 활성화’에 나선 정부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자신이 후원한 심포지엄을 통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어질 지자체-중앙정부 간 충돌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 주제발표

이승주 서경대 교수 “공공관리제는 공공지원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윤영선 건산연 연구위원 “재건축 활성화 통한 경기 부양은 부작용만 초래”

한국도시설계학회(회장 강준모=홍익대학교 교수)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후원하는 ‘합리적인 정비사업 추진 방향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울의 정비사업, 앞으로 나아갈 길은?’이란 주제로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공공관리제도 성과 및 발전 방향(이승주, 서강대학교) ▲재건축 연한 단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사회ㆍ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한 정비사업 추진 방향(남진, 서울시립대학교)에 관한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회로 구성됐다.

토론회는 중앙대학교 하성규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세용 고려대학교 교수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백운수 미래E&D 대표이사 ▲윤정순 상계4구역(서울 노원구) 재개발 조합장 ▲장세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영업본부장 ▲조효섭 행정개혁포럼 대표 ▲장용동 헤럴드경제 대기자가 참여해 진행됐다.

주제 발표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승주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에 대한 개념 정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과 현지 개량 방식의 재생사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공의 입장과 주민들의 입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내는가가 정비사업의 중요한 내용”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인의 입장을 따져 가며 결정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총론을 정해 놓고 각론을 풀어 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제도에 대해서는 “공공관리자가 정비사업 시행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이므로 ‘공공지원제도’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제도 도입 이후 이권 개입 등을 90% 이상 해결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공공관리제도는 지식과 노하우가 없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공공의 관여를 줄이려 애쓸 것이 아니라 외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시장 변화에 맞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키 위해 공공이 조합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세입자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 발표를 맡은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연한 단축에 대해 지역별 양극화가 예상된다면 우려를 표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재건축 연한 단축 자체가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해당되는 일부 지역과 아닌 지역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증가하는 부동산 거래도 시간이 지나면 원위치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은 5~10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면서 “실물경기와 동반하지 않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거품 발생이나 가계부채 증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모델링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에 대한 영향보다 정책의 신뢰성이 더 큰 문제라면서 노후 아파트 문제를 단순히 시장 원리로 접근하는 것은 친환경 정책 등의 포기와 유지·관리의 부실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연한 40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 정해진 것이기에 이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못 박고 안전진단 규제 완화 역시 아파트의 조기 노후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공용 부분의 성능을 개선하는 ‘저비용 맞춤형 리모델링’과 유지·관리 정책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남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서 ‘주거정비’와 ‘재생정비’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조합원제’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남 교수는 서울시의 주거정비 정책의 방향에 대해 “정비사업이 주거 정비와 재생 정비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주민 중심으로 주거지 특성 등이 반영돼야 하며 사업 추진이 원활한 구역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키 위한 지원을, 사업 추진이 미진한 구역엔 이를 촉진키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관리제에 대해서는 “지역별 여건 등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 담보, 사업 기간 단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운영비 지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조합원제’에 대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손봐 공공에 조합원 자격을 줄 수 있으며, 조합 정관에 의결권 제한 등을 명시하면 ‘공공이 조합의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분양분 감소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우려에 대해서는 각종 비용 절감과 융자 지원 효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며, 국유지 처분권 상실 문제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의한 ‘공유지’에만 해당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 토론회

서울시 정책에 궤도 변화 주문했지만 핵심은 “정부가 틀렸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서울시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등장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서울시-정부 간 갈등에서 시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쏠렸다.

백운수 미래E&D 대표이사는 강북의 경우 1인 가구나 중·장년층, 저소득층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기 때문에 역세권 지역에 임대주택 공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 리모델링 개념이 아닌 공동주택단지의 주거 재생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정비기반시설의 대부분이 아직까지 공원 위주의 물리적 시설 중심”이라면서 청년들을 위한 벤처 창업 공간 등의 사회적 기반시설 개념의 공공임대시설 도입을 촉구했다.

장용동 헤럴드경제 대기자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생각할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입을 연 뒤, 공공관리제도에 대해서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사업비 지원에 있어 그 규모와 시기 적절성을 놓쳐 왔으며 조합 비리 근절도 완전히 이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원이 아닌 관리·감독 형태가 되다 보니 조합과 마찰을 빚어 온 점 등을 지적하면서 “긍정적인부분이 있는 제도임에도 다수의 이득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에 대해서는 내수나 실물경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응급처치 식 정책은 외려 학습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모델링은 앞으로의 사용가치를 생각해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공공이 기부채납 등의 형태로 민간의 열매를 향유해 온 기존의 행태는 앞으로 민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은 600년 전의 고궁은 있어도 이후로는 계속 부수고 짓는 것을 반복한 대표적 ‘치매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재생과는 거리가 있는 개발을 해 왔다”는 지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경제 활성화 문제에 따라 계속 변하는 정책의 신뢰성 문제에 동감한다”며 도면도 없는 아파트에 대한 수직증축 강행이나 콘크리트의 수명이 60년 이상임에도 재건축 연한을 30년, 40년으로 논하는 등의 정책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기반시설 문제에 대해 “의외로 필요성이 굉장히 줄어든 공원 등에 치중하기보다는 주민들의 교육 공간 등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관리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통해 서울시를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공공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공익의 주체는 사실 주민”이라며 “도시 기능을 먼저 개선하고 주민들의 이익 등이 뒤따르는 관점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투기 조장 등의 부정적 측면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으면서 “재건축의 대체적 방식이 아닌 보완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9·1대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고 “에너지 절감형 리모델링과 같은 개·보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정순 상계4구역 조합장은 자신이 조합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조합장으로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사업의 모든 부분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화가 강하다”고 토로하고 과도한 기반시설비 부담 등을 지적했다.

또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한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에 공공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공관리제가 비용 절감이나 자금 조달 시기 조정 등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계속 제도를 보완하고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세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영업본부장은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북의 경우 낙후된 여건이 많아 사업성이 낮다 보니 건설사들의 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전폭적 재정 지원을 통한 개별 사업성 향상이 균형 발전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핵심은 시공자 선정 시기와 방법이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투명성을 이뤘지만 아직도 OS요원을 통한 식사 제공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후로 정하면 시공자의 자금력과 설계 능력 등이 가미돼 강북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행정개혁포럼의 조효섭 대표는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제도 자체는 불법적 행태 등을 막겠다는 좋은 취지지만 사업을 지연시키는 부분 등에 대한 반발이 있다”면서 “그 원인은 서울시가 투입하는 예산의 부족”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마저 서울시에 던져 놓는다”고 말해 정부의 동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공공조합원제를 활용해 공공이 총회 소집 권한을 갖고 보다 넓은 개입을 할 필요성과 재건축과 재개발의 시공자 선정 시기 분리 적용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서 공공관리제도와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마찰도 ‘사회적 비용’이라고 지적하고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업계 “심포지엄은 서울시 대변인?”

이와 관련해 업계 한편에서는 이날 토론회를 비롯한 심포지엄이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비사업의 현황을 검토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으나 9·1대책 이후 공공관리제도 무력화에 나선 정부와 이에 맞서는 서울시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조합원제’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고, 최근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의 성과를 부각하는 내용의 홍보성 자료를 쏟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눈길이 쏠린다. 아울러 무리한 정책 발표로 갈등을 야기한 정부와 시장(市場)의 하소연은 외면한 채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서울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정우 기자  chemical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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