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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부동산 경기 부양에 ‘찬물’ 끼얹나정부의 규제 완화에 공공 역할 확대로 맞서

   
▲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달 19일 제25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9·1대책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재건축 연한 단축 등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고 밝혀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아유경제=김정우 기자] 정부가 9·1대책을 통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반대 의지를 밝혀 들썩이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정부의 후속 입법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외려 공공관리제도 의무화를 폐지하려는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에 맞서 공공관리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장 개입을 이어 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9·1대책에 사실상 ‘반기’… 인허가권으로 규제 시사
재건축 연한 단축에 “서울시 안은 40년”
소형주택 의무건설 폐지엔 “江南 특혜”

국토부는 지난달 1일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하 9·1대책)’을 통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총론적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안전진단 기준과 재건축 연한 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 재건축 연한에 대한 서울시 안은 40년”이라고 못 박아 국토부의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서울시 관계자가 재건축 연한을 법으로 정해도 심의 과정에서 시기를 조정해 어느 정도 사업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밝히면서 지자체에게 주어진 인허가권을 이용해 재건축 연한 40년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토부는 중소형주택 건설 규모 변경 등의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서울시는 이 부분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건기 부시장은 같은 자리에서 “강남 일부 단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적 근거는 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통해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짓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해 심의를 통한 규제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 직후 2012년부터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소형주택을 서울시 조례상 비율(20%)보다 높은 30% 이상 짓도록 밀어붙였던 사례를 돌아보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건기 부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주택 비율도 유지돼야 수요에 맞는 공급이 가능하다”며 “박원순 시장의 공약인 임대주택 8만호 추가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9·1대책의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5%포인트 축소하는 내용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한편 이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중앙정부가 큰 정책을 만들면 결국 지방정부가 시행해야 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돼 있는데 현장에서 우리가 그동안 개선해 온 우리의 정책을 반영하고 논의 과정을 거치면 좋을 텐데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재건축 이주 따른 전세난에 대응 위해 시기 조정권 확대?
업계 “사유재산권 침해” vs 서울시 “부득이한 모니터링”

9·1대책에 따라 서울 지역 재건축사업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재건축에 따른 대규모 이주로 전세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허가권을 통한 시기 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강남4구 재건축 집중 전세난 4대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까지 강남·강동·서초·송파구에서 2만4000가구 이상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처키 위한 조치다.

대응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유명무실’하던 시기 조정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관계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부분이다.

서울시는 현행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자치구 주택 재고량의 1%를 초과하는 경우’로 명시된 관리처분인가 등의 시기 조정 대상(「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제56조상 ‘심의대상구역’)을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 이하라도 인접한 다른 정비구역과 이주 시기가 몰릴 경우’로 확대키로 했다.

또 기존 주택 수가 500가구를 초과하는 재건축 구역을 대상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 이전부터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자치구가 지속적으로 의견 조율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주 시기를 분산토록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례 개정안이 11월 시의회에 상정돼 연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서울시와 달리 이를 바라보는 업계는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재건축사업은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담보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서울시가 임의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시장원리와 맞지 않으며 강제적 시기 조정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해당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먼저 받으려는 조합 간 경쟁으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안찬율 서울시 주택정책팀장은 “기본적으로 자율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어쩔 수 없이 이주 규모가 몰리는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최대한 조율하자는 것이지 강제로 시기 조정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면서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에 대한 대책은 따로 계획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공공 개입 확대 의지 드러내… 市 후원 심포지엄서 공공관리제도 ‘공치사’
서울연구원 ‘공공조합원제’ 검토에 업계 우려 증폭… 서울시 “검토도 안 해”

재건축 규제 완화로 시장 활성화에 나선 정부와 달리 서울시는 ‘정비사업에 대한 공적 역할 확대’ 입장을 정책 기조로 굳힌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시가 후원하는 심포지엄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우체국 대강당에서 서울시 정비사업의 미래를 진단키 위한 행사가 한국도시설계학회(회장 강준모=홍익대학교 교수) 주최, 서울시 후원으로 열렸다.

서울시의 후원으로 이뤄진 행사였던 만큼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공공관리제도를 ‘선택제’로 전환시키려 하자 서울시가 제도 유지·확대의 명분과 정책적 타당성을 홍보키 위한 자리로 이를 마련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도시설계학회 강준모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자리는 어떤 정책적 성격이 아닌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한 학회”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준비된 주제 발표와 지명 토론자 간 토론회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공공관리제도의 성과와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 개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일부 토론자들이 공공관리제도가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공공의 개입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공공이 조합원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복해서 제시됐다.

행사 시간에 제한이 있는 만큼 충분한 질의응답과 이견 제시가 이뤄지지 못했고 참석자 일부는 결국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다른 공공 개입의 확대로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서울시 입장에 명분만 쌓아주는 자리로 끝난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달 25일에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연구소에서 ‘주거지정비사업의 합리적인 공공성 확보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내용이 담겨 있어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공공조합원제’를 도입해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의 개입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재생지원과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는 공공조합원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바가 없다”며 “공공조합원제는 공공관리제도와 비교할 사항이 아닌데도 일부에서 서울연구원의 자료를 가지고 넘겨짚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로 비용 절감했다는데… 실상은?
업계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투명성 제고도 멀었다” 비판

서울시가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무기는 서울시만 ‘의무제’로 시행 중인 공공관리제도다. 공공관리제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은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였지만 현시점은 그 성과를 내세우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는 올해로 시행 4년째를 맞은 공공관리제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시는 공공관리제도를 통해 시공자를 선정한 8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가 394만원으로,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지 않고 시공자를 선정한 후 같은 기간 본계약을 체결한 17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 428만원에 비해 34만원 저렴해 7.9%의 절감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시는 또 공공관리제 시행 이전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들의 공사비가 8.7% 오른데 반해 공공관리제 시행 구역은 변경 사례가 없었다는 점과 2011년 이후의 8개 공공관리제 적용 구역의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의 평균 사업비는 11억원으로 2010년 이전의 미적용 구역의 12억5800만원에 것에 비해 12.6% 줄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발표는 아직 본계약 체결 이전 단계인 공공관리제도 적용 구역들을 통상적으로 사업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본계약 체결 단계의 구역들과 비교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어 서울시에서 주장하는 비용 절감 효과에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관리제도 적용 구역들의 사업 진행 속도가 미적용 구역들에 비해 빠르다는 내용도 기존에 사업성이 확보되고 추진이 낙관적이었던 구역들의 경우 수월한 사업 진행은 공공관리제도 때문이라 보기 어렵고 외려 ‘잘 되는 사업에 공공이 숟가락을 얹어 놓은 꼴’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밖에도 공공관리제도 도입 이후에도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투명성 제고라는 성과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최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이 정비업체로부터 업체 선정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이 조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고 지난 2일에는 조합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업계에 ‘시가 이 제도를 통해 돈줄을 죄 사업시행을 가로막고 있고, 투명성 제고는 여전히 멀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자화자찬 격 홍보에 앞장서는 모습은 제도의 유지·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시가 귀를 닫은 채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우 기자  chemical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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