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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 가린 서울시… 이주 시기 조정 실효성 논란 ‘활활’

   
▲ 1000가구 이상 이주 예상 구역 [표]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에만 6000여 가구의 재건축사업이 집중되면서 이주에 따른 전세 수요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이에 결국 서울시도 ‘이주 시기 조정’이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실망감과 해당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및 조합원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예비 이주 물량 서울서만 내년 말까지 6만2000가구… 공급은 절반 수준
수급불균형에 전월세난 심화 ‘불 보듯 뻔해’… 강동구가 시장 불안 1순위

지난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사업시행인가ㆍ관리처분인가 단계의 재개발ㆍ재건축 구역은 113곳 6만1970가구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관리처분인가 직후(사업시행인가 이후 선이주 사례 제외) 이주가 가능한 점에 비춰 보면 이달부터 2016년 12월까지의 예비 이주 물량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반면 같은 기간 입주 가능 아파트는 3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수급 불일치에 따른 전월세 불안 현상이 지속되리란 점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서울 지역 자치구별 이주 가능 물량은 강동구가 1만2252가구로 가장 많다. 신축 세대수 기준 국내 최대 규모(1만1106가구)를 자랑하는 둔촌주공(1~4단지) 5930가구, 고덕주공3ㆍ5ㆍ6ㆍ7단지 5240가구가 이주 단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뒤를 ▲은평구(7417가구) ▲서대문구(6867가구) ▲성북구(5521가구) ▲강남구(3970가구) ▲서초구(3749가구) 순으로 잇고 있다.

사업 유형별로 구분하면 재건축은 강동구 둔촌동과 상일동 일대에서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이주가 예상된 가운데, 강남구 개포시영(1970가구)과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 서초구 서초무지개(1074가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주가 예정돼 있어 주변 전세난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재개발도 재건축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을 필두로 한 북아현재정비촉진지구에서 3695가구의 대규모 이주가 예상된다. 여기에 은평구 응암2구역(2234가구), 동대문구 이문1재정비촉진구역(1808가구), 양천구 신정1-1지구(1748가구), 송파구 거여2-1지구(1448가구), 성북구 길음1재정비촉진구역(1350가구) 등도 예비 이주 물량이라 주변 임대차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지난 10일 개포시영은 ‘4개월’ 고덕주공3단지는 ‘2개월’ 늦추기로
업계 “앞으로가 문제… 둔촌주공ㆍ개포주공1단지 등 조정 대상 ‘수두룩’”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시는 ‘이주 시기 조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난 10일 서울시는 재건축 이주 수요의 집중 발생으로 인한 정비구역 및 주변 지역 전세 가격 급등에 따른 전월세난 심화를 방지하고 기존 세입자의 안정적 이주를 돕기 위해 일부 사업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심의 대상이던 3곳(개포주공3단지, 개포시영, 고덕주공3단지) 가운데 개포시영과 고덕주공3단지가 사상 첫 이주 시기 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조정은 권역 내 이주 물량, 단지 규모, 이사철 등 상반기 이주 단지의 실제 이주가 5~7km 이내에 집중된 점을 반영해 강남권역과 강동권역으로 나눠 심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개포시영을 첫 적용 단지로 해 개포주공3단지 이주가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4개월’ 늦추기로 했다. 강동권은 상반기에 관리처분인가에 따른 이주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고덕주공3단지의 인가 시기를 2개월 조정키로 했다.

이번 시기 조정은 조례상 조정 사유인 ‘주택시장 불안정’을 기준으로 주택 수급불균형 및 급격한 가격 변동과 거래량 집중 등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으로, 조정 대상 구역은 의결일로부터 각각의 조정 기간 후에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강남4구 주택 수급 상황이 멸실 우위인 가운데 내년 초까지 재건축 이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주변 지역 주택 부족 및 전세가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해당 조합(원)의 반발도 문제이나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정이 ‘시작’이라는 데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상 첫 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은 그동안 일선 조합의 반발을 고려해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처럼 간주돼 왔는데, 대규모 이주 수요와 가을철 이사 수요가 겹치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이 극에 달하자 서울시가 부랴부랴 이를 꺼내 들어 ‘선례’가 생겼다. 앞으로 추가 조정 대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현장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4월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둔촌주공을 예로 든바 있다. 둔촌주공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시점에는 실제 이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상반기까진 시기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달(8월) 5일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조합 측이 연내 관리처분총회 개최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초에는 이곳 역시 이주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앞서 강동구의 이주 물량이 다른 구에 비해 압도적인 점에 비춰 볼 때 둔촌주공이 시기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의견이 많다.

둔촌주공과 같은 시기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역시 단지 규모(5040가구)가 크기 때문에 이주 시기 조정 대상에 오를 수 가능성이 높다.

   
▲ 대규모 이주가 예정된 개포지구 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서승아 기자>

 

추가부담금 수십억원에 조합원들만 ‘전전긍긍’… 서울시는 ‘나 몰라라’
개포시영 “넉 달간 약 40억원 손실” 주장에 市 “24억원”… 업계 “무책임 행정”

이에 따른 후폭풍은 거세다. 사업 지연으로 늘어날 추가부담금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개포시영 재건축 조합은 물가 상승에 따른 평균 공사비와 은행 이자, 조합 운영비 등을 포함해 월 9억4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넉 달 기준으로 총 37억8000만원(가구당 193만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단지 내 세입자가 대다수(90%)를 차지하는 특성상 빈집으로 전락해 기회비용으로 포기되는 월세와 관리비(넉 달 기준 평균 200만원)까지 합하면 조합원들이 입게 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서울시가 이주 시기 조정으로 예상되는 피해 금액으로 추산한 4개월간 24억원과는 격차가 심하다.

개포시영 재건축 이승희 조합장은 “이주 시기 조정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사업 지연에 따른 사업비다. 이 금액은 서울시가 24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공 본계약 체결이 이뤄져 이번 조정으로 인해 실착공일이 늦어지는 점과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더하자 (매월) 약 9억4000만원으로 산정됐다”고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이어 “조합의 귀책사유로 늦어진 게 아니라 행정청에 의해 강제로 늦어진 것인데 왜 추가부담금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추가부담금이 적게 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지원책을 세워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정책과 담당자는 “이번 이주 시기 조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의5에 의거해 결정됐다”며 “이주 시기 조정에 따른 추가부담금 발생은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마땅한 대안이 없으며, 앞으로 마련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현재(지난 22일 기준) 하반기까지 추가로 지정될 이주 시기 조정 대상 재건축사업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참으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처사”라며 “공익을 위해 사익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대안도 없고 마련할 계획도 없다는 것은 스스로 ‘공복(公僕)’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40억(원)이냐, 24억(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 본질이다”며 “이주 시기 조정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지원에 있어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시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정돼도 우리 단지 이주 시기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불안에 떠는 조합원들
실효성 논란까지 더해져… 업계 “공급 늘리는 게 최선”ㆍ“귀 좀 열어라” 일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정 단지의 이주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다른 단지의 이주 시기를 조정하다 보니 하나가 계획이 틀어지면 2곳 이상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개포시영과 개포주공3단지를 예로 들면, 개포주공3단지가 계획 중인 내년 1월까지 이주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개포시영 이주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개포시영 재건축 조합 이승희 조합장은 “이주가 넉 달이나 연기됐지만, 서울시로부터 내년 1월에는 이주해도 좋다는 확답을 듣지 못했다”며 “이주 시기 확정을 묻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주비를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려던 집주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보증금을 받아 이사하려던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불평이 나온다. 반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승희 조합장은 “추석쯤에 이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합원들이 각종 준비 등을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내려진 서울시 결정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서울시 결정에 따르면 일러야 내년 1월에야 이주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개학ㆍ입학에 따른 학군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라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조합장은 “특히 빈집이 많아져 범죄나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등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경제적인 피해도 피해이거니와 이 같은 삶의 질 저하도 주민의 입장에선 상당히 큰 손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이번 결정을 놓고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이승희 조합장은 “서울시가 전월세난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주 시기 조정을 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 기간이 짧아 실효성은 떨어지는 대안이다”며 “이주에 대한 규제보다는 지원책이 먼저 아닌가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의 칼을 들기보다는 이주 시기 조정의 대상이 되는 경우 사업성을 늘려 예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함께 제시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궁극적으로 각 지역별 이주 수요와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유형ㆍ면적 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공급을 해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월세난을 잡겠다고 이주 시기 조정이란 카드를 꺼낸 서울시가 그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선 눈을 감으면서 시장 한쪽에선 “전월세난이 아니라 ‘사람(조합원) 잡는’ 대책”이란 자조 섞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 없이 눈앞의 불끄기에만 급급한 근시안적인 행정을 펴고 있는 서울시가 이 같은 여론에 귀를 기울일지, 아니면 이대로 귀를 닫을지에 시장의 눈과 귀가 하나둘씩 모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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