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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 피한다”… 재건축시장에 부는 ‘후분양’ 바람
▲ 최근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택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후분양을 추진 중인 신반포3차 통합재건축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최근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등 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분양제 하에서는 분양가를 통제 받아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후분양으로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지만, 자금 조달과 미분양 리스크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재건축 조합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값 받고 팔자”… 과천주공1단지, 후분양 채택
후분양 검토 재건축 단지들 파장 ‘촉각’

15일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 27일 정기총회를 개최해 후분양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체 조합원 1049명 중 841명(서면결의 포함)이 참석한 가운데 665명이 후분양 방식에 찬성표를 던졌다. 선분양 방식을 택한 조합원은 153명에 그쳤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32개동 1571가구를 신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약 510가구다.

조합은 당초 선분양에 나섰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제동으로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2017년 3월 HUG가 대우건설이 제시한 3.3㎡당 3313만 원의 분양가를 고분양가로 판단해 분양보증을 거부한 것이다. 

분양보증이란 주택 분양 사업자가 사업 도중 도산해도 HUG에서 시공 및 분양 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사업 부담을 낮춰 주택 공급을 늘리고, 사업자 도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보증은 고분양가 통제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HUG는 국토교통부 방침에 따라 현재 선분양 단지에 분양보증을 제공하면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는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ㆍ광명ㆍ하남ㆍ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ㆍ수영구ㆍ동래구 등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분류돼 분양가가 인근 지역 최근 1년 평균 분양가의 110%를 넘지 못한다.

반면 후분양은 분양보증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조합은 입주 시점에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격을 정할 수 있어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과천주공1단지의 분양가가 지역 시세와 기존 분양가의 중간 수준인 3.3㎡당 3500만 원에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과천의 최고 분양가는 3.3㎡당 2955만 원이다. 과천주공7-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과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과천위버필드’, 과천주공12단지 재건축 ‘과천센트레빌’의 분양가가 모두 이 가격에 분양됐다.

물론 추후 협의 과정에서 분양가가 3.3㎡당 4000만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제안 당시보다 현재 주변 시세가 많이 올라 분양가를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지만 (후분양을 택한) 과천주공1단지의 분양가와 흥행 성공 여부에 따라 후분양제 확산 추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까지? 재건축 사업장 줄줄이 후분양 검토
자금 조달ㆍ미분양 리스크 유의해야

서울에서도 서초구 등 인기지역 중심으로 후분양에 눈길을 돌리는 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수요자의 선호도가 분명해 후분양에 따른 미분양 위험이 적어 HUG의 통제만 없다면 높은 분양가로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 통합재건축(신반포3차-반포경남-경남상가-신반포23차-우정에쉐르) 조합은 일반분양 물량 509가구를 후분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공자인 삼성물산 역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말 이주를 모두 마친 뒤 이미 철거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9월께 착공을 앞두고 있다. 

신반포3차 조합 관계자는 “올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후분양 방식을 공식화했다”며 “이르면 연말에 후분양 방식에 대한 조합원 의결을 받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초구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와 3주구, 신반포4지구 등 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시공자와 의견을 조율해야 해서 당장 확정할 수는 없지만 조합과 조합원 모두 후분양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를 택할 경우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자금의 60% 이상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후분양 방식은 사업자에게 높은 금리(6~10%)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공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출 금액에서 1~2%p의 금리 차이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조합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시공자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후분양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인데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속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 집값이 더 하락한다면 오히려 후분양제를 도입했을 때 현재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부동산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아파트값 하락기에는 선분양이 유리하고, 가격 상승기에는 후분양이 수익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침체기에 선분양 결과가 좋지 않아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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