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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전세보증금 묶는 대출 규제 등에 초비상?
▲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전세보증금에 묶여 있는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강한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아파트 전세가격마저 하향 추세에 접어들며 입주자들이 전세보증금에 묶여 입주마저 무산될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아파트시장의 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아파트 분양 위해 대출은 큰 ‘비중’
정부, 투기세력 견제 위해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유지’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최근에야 비로소 후분양을 내세우는 곳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아파트는 ‘선(先)분양ㆍ후(後)준공’ 시스템을 고수했다.

이는 말 그대로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고를 하고 입주자를 모은 후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추후 완공될 아파트를 본떠 만든 ‘본보기 집(모델하우스)’을 방문해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아파트에 대한 여러 정보를 듣고 공고된 기간 내에 분양을 신청하게 되고 이 같은 청약 과정을 거쳐 예비 입주자가 선정된다. 이후 예비 입주자들은 분양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고 시공자는 분양대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한 돈을 갖고 아파트를 완공하는 형식이다.

보통 아파트가격은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육박하기 때문에 입주자들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파트 분양대금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의 순서를 통해 완납하게 된다.

계약금은 보통 분양가의 10%로 예비 입주자 입장에서 지불 이후에 계약을 깨면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 중도금은 대게 분양가의 60%로 현재 압도적인 ‘선분양ㆍ후준공’ 시스템 하에서는 3년을 기준으로 5~6번으로 분할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기간 안에 지불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연체금도 부과되고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 등으로 인한 법적 다툼이 빈번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분양가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이 필요해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현금 조달을 위해 대출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 여러 명의 예비 입주자 등이 함께 대출 받는 ‘집단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인이 대출 받을 때보다 단체가 이용하기 때문에 이자가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대출 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혹은 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의 연대보증도 끼는 경우가 있어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적다.

잔금은 말 그대로 계약금, 중도금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으로 분양가의 30%를 차지한다. 입주일까지 완납하면 비로소 완전한 입주권을 얻게 된다. 자금력을 가진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원활한 입주 절차를 위해서 대출은 필수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13일에 시행된 부동산 대책과 대출 관련 규제들로 인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그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각 부처 장관들은 서울청사 본관에서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고 세제ㆍ금융ㆍ공급을 아우르는 ‘주택시장 안정대책(9ㆍ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2017년 ▲6월 19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 방안’ ▲8월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10월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 ▲11월 29일 ‘주거복지로드맵’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조정대상지역 내 청약,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강화 카드를 빼들며 규제에 방점을 찍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투기 목적으로 임대사업자 대출, 전세대출 등이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난데 따른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으로 추경 매수 심리가 기승을 부리자 좀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규제지역(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LTV=0). 아울러 1주택자도 이사ㆍ부모 공양 등의 실수요를 제외하고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구입의 경우에도 실거주 목적을 입증하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무주택자가 주택 구입 후 2년 내 전입하는 경우, 1주택자가 결혼 등의 이유로 기존 주택을 최장 2년 이내 처분하는 조건 등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아울러 의료비ㆍ교육비 등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주택 이상 대상자는 10%p씩 강화된 LTVㆍDTI를 적용했다.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위해 은행의 자금으로 집을 사는 행위들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대출 조달 어려움에 부동산시장 침체… 아파트가격 ‘하락세’
조합원과 일반분양자 등 잔금 처리 문제로 ‘미입주’ 사례 ↑

문제는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시장의 침체에 따른 아파트가격 하락 역시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지난 2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ㆍ월세가격은 모두 하락했으며, 서울 전세가격지수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2월 전국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1월과 같은 0.22%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주택종합 0.43% 하락, 아파트 0.69% 하락해 내림폭을 키웠다. 이는 2009년 1월(주택종합 -1.38%, 아파트 -1.74%) 이래 가장 큰 내림폭이다.

‘강남 4구(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구)’의 1.08% 하락이 두드러졌고, 동작(-0.56%)ㆍ성북(-0.45%)ㆍ강북구(-0.39%) 등도 대규모 입주 물량에 영향을 받아 내림폭을 키웠다.

지방의 전세가격은 0.15% 떨어졌다. 울산(-0.51%), 충북(-0.32%) 등은 내렸고, 세종(0.41%), 대전(0.07%) 등은 올랐다.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은 0.09% 하락했다. 수도권(-0.08%→-0.10%)과 서울(-0.11%→-0.13%)은 하락폭 확대됐다. 지방(-0.10%→-0.09%)은 5대 광역시(-0.10%→-0.07%), 8개 도(-0.12%→-0.1%), 세종(0.53%→0.11%) 등에 힘입어 하락폭 축소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1일 기준으로 4달째 내림세를 이어갔고 전국 역시 전주 내림폭을 유지했다.

이처럼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입주대상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역시 여의치 않게 돼 잔금 미납자가 점차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남구 ‘래미안루체하임’, 서대문구 ‘연희파크푸르지오’ㆍ‘홍제센트럴아이파크’, 동작구 ‘흑석롯데캐슬에듀포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은 부동산시장의 암울한 분위기와 함께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매각 대금이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쉽게 말해 전세보증금 1억 원이던 시세가 시장 침체와 전세가격 하락 등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시세가 떨어지면 전세보증금도 하락하게 된다.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 세입자를 구하기는 어렵다. 전세가 나가지 않으니 잔금 처리는 그만큼 요원해지는 것이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영향을 받고 함께 하락하게 돼 이른바 ‘깡통주택’이 속출하게 된다. 최근 깡통주택에 대한 공포가 부동산시장을 엄습하는 이유다.

‘깡통주택’은 주택담보대출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의 실제 매매가에 가깝거나(대략 80% 이상) 더 높은 경우를 말한다. 집을 팔더라도 집주인이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깡통’이라는 용어가 붙여졌다. 즉, 집값이 많이 내려가 집의 가치가 빈 깡통처럼 돼버린 주택을 말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의 미분양 적체는 지표만 보기에는 신규 물량이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입주물량이 쌓이고 거래가 위축돼 악성 미분양의 사태가 심각하다”라며 “잔금 미납자들의 경우 전세가 안 나가 잔금을 처리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연체 이자율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부동산시장의 하락세가 위기로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가 효율적인 완화 정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4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반토막’
전문가 “대출 규제 완화” vs 정부 “규제 이어갈 것”

이에 대한 여파로 오는 4월 전국 아파트 1만2760가구 입주 물량 역시 전년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5일 직방은 오는 4월 전국 입주물량은 전년동월대비(2만3980가구) 46.79% 감소한 1만276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은 56.44% 감소한 4918가구, 지방은 38.21% 감소한 7842가구이다. 현재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단지는 총 25개 중 수도권에 9개, 지방에 16개가 분포해 있다.

올 상반기 예비청약자들 역시 분양시장 체감경기가 크게 위축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닥터아파트가 2019년 상반기 분양시장 소비자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쁜 때(41.6%)라는 응답이 ▲좋은 때(24.8%)보다 더 많았다. 나쁜 때라고 답한 응답자는 6개월 전 실시한 2018년 하반기 조사(16.3%) 때보다 무려 25.3%가 증가해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향후 예상되는 분양시장 최대변수로는 응답자 44%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꼽았다. 다음으로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정책이 29.9%, ▲고분양가(9억 원 초과)로 인한 중도금 대출 및 특별공급 가능 여부가 11.9%를 차지했다.

상반기 분양시장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 및 청약에 대한 규제가 예비청약자들의 시장 참여를 경직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부동산을 향해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를 시행하더라도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부분적인 완화를 통해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부동산 전체가 하락세를 타고 있어 미분양 물량이 몰려있는 지방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연속적으로 규제책을 내놓아 도시정비사업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부가 여전히 규제 강화 카드를 버리지 않는 것은 지난해의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방배동 삼호아파트 등이 정부가 강화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는 재건축시장에 투기수요를 부르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하락세에 전세가격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역전세와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전세보증금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규제 지역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선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며 “전세금 대출을 지원해주면 투기수요인 다주택자들이 집을 유지하는 것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고 잘라 말해 여전히 투기세력으로 인해 규제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강한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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