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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 고분양가 ‘거품’ 빠질까?
▲ 공공택지 분양원가에 대한 공개 범위가 확대되면서 치솟고 있는 분양가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아파트가 신규로 분양될 때마다 유독 이목을 끌던 ‘로또 아파트’가 청약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고분양가에 대출까지 막히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 건축에 들어가는 원가 공개 항목 수를 늘리면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 건축비 거품을 제거해 적정한 분양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건설업계 양쪽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 공시항목 12개→62개 ‘확대’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분양가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이달 2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 입주자모집 신청을 하는 주택사업자는 모집 공고시 분양가 공시항목을 62개로 세분화해 공시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은 이날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부터 바로 적용된다.

분양가 공개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 공공부문은 61개 항목, 민간부문은 7개 항목에 도입됐으나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 등을 이유로 2012년 공공부문 항목을 12개로 축소했고,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민간부문 공개를 아예 없앴다.

지금까지는 ▲택지비 3개 항목(택지구입비, 기간이자, 그 밖의 비용) ▲공사비 5개 항목(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 밖의 공사비) ▲간접비 3개 항목(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그 밖의 비용 등 12개 항목을 공시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은 공사비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6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했다. 참여정부 당시 운영했던 61개 항목 체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공조설비공사’를 별도 항목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택지비의 경우 ▲택지공급가격 ▲필요적 경비 ▲기간이자 ▲그 밖의 비용 등 4개 항목, 공사비는 ▲토목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그 밖의 공종 4개 ▲그 밖의 공사비 2개 등 51개 항목으로 세분화됐다.

간접비는 ▲설계비 ▲감리비 ▲일반분양 시설경비 ▲분담금 및 부담금 ▲보상비 ▲기타 사업비성 경비 등 6개 항목을 공시해야 한다.

확대된 62개 분양가 항목 공개를 최초로 적용하는 아파트 단지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을 앞둔 ‘힐스테이트북위례(A3-4A BL)’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H와 SH가 올해 안에 공급하는 서울 고덕강일, 경기 하남감일 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공공택지에 공동주택을 분양할 예정인 사업시행자도 이번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이번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을 유도해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UG “분양원가 공개 확대, 분양보증에 활용 검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이번에 확대되는 분양원가 항목을 고분양가 규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광 HUG 사장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 초부터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HUG의 보증관리 기준은 주변 시세로 상대적인 것인데 주변 시세가 올라가면서 (분양가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HUG는 분양보증을 제공하면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는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ㆍ광명, 세종시, 부산 해운대구 등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분류돼 분양가가 사업장 인근(반경 1km 이내) 지역 최근 1년 평균 분양가의 110%를 넘지 못한다.

이 사장은 “최근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늘었는데 이 같은 것들을 함께 조율 중”이라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원가 공개 항목이 늘어나면 분양가가 잡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이 사장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자재를 비싸게 사는 경우가 줄어드는 효과는 볼 수 있다. 그것을 정책안에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상세 건축비 소요 내역 공개해야” vs 건설업계 “원가 정보 공개는 영업기밀 침해”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건설업계 양쪽에서 모두 불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원가 투명성을 확보하기에는 공시항목이 여전히 너무 적다는 비판과 기업의 영업기밀을 노출한 위법적 조치라는 지적이다.

먼저 그동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번 분양원가 공개 확대에 관해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세분됐지만 여전히 부풀리고 조작된 공사비 세부 명세서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민간택지가 아닌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공공주택인 만큼 토지조성원가와 더 상세한 건축비 소요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투입되는 금액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건설사들이 총사업비를 자의적 산식으로 나눠 공개하기 때문에 부풀려진 분양가를 정상화하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분양원가 62개 항목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당시의 공개로 되돌아 간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속히 상세한 건축비 내역, 토지조성원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건설업계에서는 원가 정보에 기업의 영업기밀인 자재비ㆍ인건비ㆍ설계명세서 등이 모두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정보로 봐야 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보공개법 제9조는 법인, 단체, 개인 등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서에 들어간 세부 낙찰금액 범위까지 요구하지 않는 이상 현재 62개 항목을 영업기밀이나 관련법상 비공개 항목으로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분양가가 공사비 보다는 택지비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를 강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의 절반 이상은 택지비이고 나머지가 공사비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땅을 비싸게 팔아 놓고 이제 와서 분양가를 잡는다고 공사비 항목을 늘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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