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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규제에 ‘싸늘’한 주택시장 분위기… 하반기 전망도 ↓
▲ 봄 성수기에도 이어지던 한파가 강남까지 불어닥쳐 업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가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비롯한 주택시장 전체에 대한 규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한파가 계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업계 한쪽에서는 하반기에도 이 같은 한파가 이어질까 우려하고 나섰다.

봄 주택사업 성수기에도 ‘한파’… 부정적 인식 ‘확산’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규제 강화 기조는 지속하면서 주택사업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가 74.1을 기록해 봄 주택사업 성수기가 무색할 정도로 70선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HBSI는 한국주택협회ㆍ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급자(건설사)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이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건설사의 비율이 높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앞서 지난 4년간 5월 HBSI 전망치는 2015년 143, 2016년 92.3, 2017년 96.7, 2018년 72.1을 나타냈다. 지난해와 올해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며 주택사업자가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시장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달 서울 전망치는 전달보다 4.2포인트 떨어진 85.2를 기록했으며 대구(78.3), 광주(80.6), 울산(63.6)도 전달 대비 각각 6.9포인트, 0.8포인트, 3.0포인트 하락했다. 그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구가 80선이 무너지는 등 주택사업자들의 사업 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HBSI 실적치는 77.4로 전달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서울(86.8)ㆍ대전(81.4)ㆍ세종(86.9)이 80선을, 경기(74.1)ㆍ대구(77.7)ㆍ광주(74.1)ㆍ전남(77.7), 전북(77.2)이 70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밖의 지역은 50∼60선을 기록한 가운데 강원(38.8) 지역의 주택사업 여건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이달 재개발ㆍ재건축 수주 전망은 재개발 92.9, 재건축 87으로 전달보다 각각 1.2포인트, 1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자재수급ㆍ자금조달ㆍ인력수급 이달 전망치도 각각 88.6, 88.6, 87.5로 기준선을 밑돌았다.

잇따른 규제에 재개발사업 초기 단계 사업지들 ‘비상’… 업계 “주택 공급 문제 심화할 것”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이 하락세를 보이게 된 요인으로 먼저 재개발사업의 임대아파트 비율 상향 조정 등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꼽힌다. 서울시에서 동의서 검증과 동의율 확보를 내놓아 층수, 외관 등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시의 기준에 맞게 다시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전농동 103 일대 재개발사업 주민의 정비구역 지정 요청에 대해 서울시가 최근 재검증을 요구했다. 동의율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토지등소유자의 소유권이 바뀌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재점검을 하라는 뜻이다. 이에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던 정비구역 지정이 뒤로 미뤄졌다.

이곳은 과거 전농뉴타운 9구역으로 묶여 한 차례 재개발을 추진했던 곳이다. 그러나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다시 재개발 바람이 분 것은 집값이 급등한 지난해부터다. 주민들은 연말께 이곳 4만5527㎡의 땅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대문구에 요청했다. 주민 동의율은 60%대였다. 토지면적 기준으로 토지등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서도 걷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998가구의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공람ㆍ공고까지 마치는 등 재추진이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서울시가 막판에 제동을 걸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공람 의견을 통해 동의율과 동의서의 적정성 여부를 재검증하도록 지시했다”며 “접수한 동의서의 토지등소유자가 주민 제안 시점의 소유자가 맞는지 등을 일일이 검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증 과정에서 구역 지정이 얼마나 지연될지는 미지수다. 과거엔 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하면 주민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반대다. 서울시가 구역을 지정하지 않다 보니 주민들이 먼저 요청해야 한다. 주민 제안이 있으면 서울시가 검토한 뒤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 동의율 요건을 채워야 한다.

동의율 조건을 갖췄으나 사업 진행이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곳도 있다. 송파구 마천동 183 일대(구 마천2구역) 주민들은 동의율 72%를 채우고도 여전히 추가로 동의서를 취합 중이다.

지난해 주민의견 조사를 마친 성동구 금호동 3가의 1 일대(구 금호21구역) 재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지난 4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ㆍ건축혁신안’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 관계자는 “적용 여부 등과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도시ㆍ건축혁신안’은 재개발 등의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개입해 지침을 제시하는 게 골자다. 대단지는 잘게 쪼개 보행로를 여럿 내고 구릉지는 아파트 높이에 차이를 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전 공공기획’으로 심의 횟수와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재개발을 추진 중인 곳에선 반발이 심하다.

아직 입안 제안도 하지 못한 곳의 재개발은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정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재개발구역 임대아파트 비율을 최고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해서다. 임대아파트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서울시가 2021년까지 마련하기로 한 ‘2030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도 초기 단계 사업장의 발 빠른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면철거보다 구역 내 곳곳에 건물과 시설을 남기는 형태의 수복재개발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제가 잇따라 나오면서 최근 5년간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곳은 5곳밖에 되질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용산구 청파1구역과 망리단길 주변 망원동 405 일대 등 재개발 추진 검토 지역들이다. 재개발 바람이 다시 불던 염리동 105 일대(옛 염리5구역)도 다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한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을 더욱 조여 기존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들도 “서울은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한정적인데 그 방법의 하나인 도시정비사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막히면 앞으로 3~4년 후에 주택 공급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기존 아파트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남 재건축도 ‘휘청’… 아파트 경매 낙찰가 ‘폭락’

이 같은 주택시장의 냉기는 재건축시장을 비롯해 좀처럼 하락세를 보이지 않던 강남권 아파트들마저 맥을 못 추게 해 업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가 경매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잇달아 경매에 나오고 있지만 최근 집값 하락이 지속하자 고가 낙찰됐던 아파트들도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되는 일이 빈번하다.

지지옥션 등의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경매 낙찰가율은 82.7%로 전월 85.74% 대비 0.3%가량 하락했다. 서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3월 101.75%를 기록한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 후 1년 만에 19%포인트가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고점(107.28%)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24.58%포인트가 떨어졌다. 또 올해 1분기(지난 1~3월) 평균 낙찰가율은 88.62%로 지난해 동기 101.24%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평균 응찰자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 평균 응찰자는 지난해 3월 6.63명에서 지난 3월 5.92명으로 하락했다.

지금까지 강남권의 경우 대기 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많아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대부분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게다가 투자성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들은 실거래가보다 낮은 감정가면 1건에 수십 명이 응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지옥션이 분석한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의 경매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낙찰가율은 70.17%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101.31%과 비교하면 31%포인트 이상이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수는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이다. 서울 강남 3구의 평균 응찰자수는 지난 1월 4.14명, 2월 1.25명, 3월 3.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월 15.08명, 2월 12.64명, 3월 6.56명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강남권 재건축이 경매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낙찰가와 낙찰 여부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진행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3㎡에 대한 1회차 경매가 유찰됐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20억9000만 원이었는데, 1회 유찰 후 20% 삭감된 16억72000만 원에 이달 10일 경매가 진행됐다. 인근 압구정동 한양아파트(78.1㎡)는 최초 감정가 18억4000만 원에서 1회 유찰되고 나서 오늘(17일) 재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건축사업이 한창인 아파트도 경매에서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81.88㎡) 역시 감정가 13억3000만 원에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한 단지다. 해당 아파트의 같은 면적이 지난해 10월 17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 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를 진행해도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대출 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 대부분 가격이 높아 대출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출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4~5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공시가 상승으로 보유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 경매의 매력을 더욱 떨어트리고 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몇 달 연속 하락하고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경매시장의 한파가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시장에 한파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와 정부가 규제 충격을 완화할 대안을 내놓아 한파를 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강남 3구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동향. <출처=지지옥션>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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