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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획] 서울시,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 규제 ‘예고’
▲ 서울시가 최근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규제 강화 내용이 대폭 담겨 업계의 시름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부동산ㆍ도시정비사업을 두고 정부가 계속해서 대책을 발표하는 등 규제 기조를 쉽게 꺾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돌파구로 언급됐던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제도까지 검토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시 전국 최초 ‘신탁 방식 정비사업 표준 기준’ 마련 돌입… 규제 강화 담겨 우려 ↑

지난달(7월) 30일 서울시는 ‘신탁업자 정비사업 표준 기준’ 용역보고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신탁 방식 재건축 관련 규정을 전국 최초로 마련하는 것으로 신탁 방식을 진행할 경우 적용될 표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용역을 진행해왔다.

신탁 방식은 부동산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을 대신해 도시정비사업의 지정 개발자(사업시행자 혹은 대행자)로 사업 전반을 이끄는 방식이다. 조합 지도부의 이권 개입 등 비리를 차단할 수 있고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며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과 사업시행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공사비 절감ㆍ분양리스크 감소 등이 가능해 도시정비사업의 돌파구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시가 마련 중인 신탁업자 정비사업 표준 기준에는 신탁 방식에 대한 규제 방침이 대거 포함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준(안)에 따르면 먼저 신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주민들에 동의율이 높아진다. 현재 토지 면적 기준 3분의 1 이상 신탁 등기를 마치면 추진할 수 있었지만, 이를 대폭 높여 4분의 3 이상이 신탁 등기를 마쳐야 신탁 방식 도입이 가능해진다. 신탁 방식이 아닌 도시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75% 이상 동의와 동별 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에서 신탁 등기 기준까지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신탁등기 요건도 강화해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 이상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에서 4분의 3 이상의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이번 기준(안)에 담길 전망이다. 현행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 이상의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이미 신탁등기에 대한 토지등소유자들의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끌어내기에 어려움이 많은데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시행자 지정을 향한 어려움이 커져 사실상 지정을 못 하게 되는 셈이 아니냐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구역 내 국공유지가 넓은 곳이 많아 면적 기준으로 신탁등기 4분의 3 이상을 받으려면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사업 추진에 동의해도 면적 기준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나올 수 있어 더욱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신탁 방식에도 일몰제 적용 ‘추진’… 전문가 “신탁 방식 도입 취지와 충돌”

게다가 서울시는 ‘신탁업자 정비사업 표준 기준’에 신탁 방식 적용 사업장에도 일몰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담아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이 신탁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준(안)에 따르면 다른 도시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신탁 방식을 추진하는 곳에서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3년이 지나간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구역 해제 검토 대상이 된다. 일반적인 일몰제 적용은 임의 규정이지만 신탁 방식에 적용되는 일몰제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강제성이 더욱 높다. 아울러 일몰제가 적용돼 구역 해제 대상에 해당할 경우, 신탁보수 및 매몰비용 등 그동안 사업을 시행하면서 소요된 비용에 대해 신탁사가 모두 부담하도록 해 신탁사들도 제도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신탁 방식 특성상 신탁사가 사업시행자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의 모든 결정은 주민들의 동의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사업 지연의 사유는 대부분 서울시 인ㆍ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 그 책임을 사업지에게 넘기는 꼴이다”라고 귀띔했다.

이를 방증하듯 신탁 방식을 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여의도아파트 등의 단지는 주민동의율을 확보해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며 지정개발자 고시까지 받았지만,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못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체기에 들어섰다.

신탁사 및 주민들은 서울시의 규제 신설 추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시가 인ㆍ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되레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탁 방식은 서울시가 건축심의를 진행하지 않거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아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을 신탁사에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탁사들이 이 같은 위험 부담을 꺼려 신탁 방식 사업시행자 지정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 규제는 신탁 방식 도입 취지와도 충돌돼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탁사들은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ㆍ시행에 따라 신탁 방식을 진행하며 수수료를 받고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취지는 조합의 비리 및 부조리를 막고 사업 지연을 방지해 발 빠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서울시의 규제는 이 같은 도입 의도와 반대되는 셈이다.

한 재건축 단지 주민은 “도시정비법 개정 이후 신탁 방식의 장점을 보고 발 빠르게 진행해왔던 사업지들도 이제는 속도를 낼 수 없게 됐다”며 “여의도 일부 재건축 단지와 방배삼호아파트 등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져 주민동의율이 좀처럼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신탁 방식 도시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신탁 방식 관련 기준을 손질할지, 혹은 규제 강화를 그대로 강행할지, 향후 시가 발표할 ‘신탁사업 정비사업 표준 기준’의 방향성이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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