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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마스크, 주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유경제=유정하 기자] 선물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 요즘 대세 선물은 단연 마스크다. 구하기 힘드니 마치 ‘한정판’ 같기도 하고,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과장 한 스푼 더 보태면 목숨을 나눠 갖는 기분이다. 마스크 한 장이 주는 훈훈함이 이토록 크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사는 “마스크는 좀 있고?”로 바뀌었다. 없다고 하니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건넨다. 설렌다. 애정표현에 서툰 한국인들이 마스크로 무심하게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바다 건너 저 멀리 있는 나라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던데, 출퇴근길 지하철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엔 마스크가 없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마스크에 앞뒷면이 있듯, 훈훈한 풍경 이면엔 문제도 존재한다. 마스크 수급난이 계속되자 마스크가 일종의 화폐로 자리 잡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용실에 갔는데 원장님이 마스크가 없다고 하셔서 마스크 5장을 내고 머리를 잘랐다”는 글이 올라왔다. 웃고 넘길만한 해프닝이지만 실제로 마스크가 이처럼 화폐로 사용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포장지에 키친타월 3장을 넣어 판매하고 1억3000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있었다. 또한 지난달(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를 KF94마스크라고 속여 판매한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화폐까지는 아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마스크가 이용된 셈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마스크를 불법으로 돌려 서울시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부정청탁용 무언가가 사과박스에서 마스크박스가 된 셈이다. 그리고 여전히 약국과 공장 직원 등이 가족ㆍ지인에게 먼저 주기 위해 마스크를 빼돌리는 사례들도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만약 마스크가 정말 화폐처럼 쓰인다면 또 어떨까. 우선 마스크 한 장에 비례하는 가격이 형성돼야할 것이고 그 가격은 품질과 종류 등에 따라 차등 적용돼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했던 사례들처럼 마스크 소유에 대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가짜 마스크는 말할 것도 없다. 미용실 사례에서 보듯 마스크 빈자가 마스크를 손에 넣게 된다면 분명 다행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무래도 마스크의 화폐화는 이점보단 문젯거리가 더 많아 보인다. 앞으로 어쩌면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 마스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같은 다양한 우려에도 마스크를 주고받는 행위가 좋은 취지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다.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야말로 ‘선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직원에게 복지 차원에서 일주일 기준 2~3장을 ‘선물’한 바 있으며 대구ㆍ경북지역에 부모님이 거주할 경우에는 추가 마스크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자회사와 협력사 포함한 전 직원에게 면 마스크 2개와 KF94마스크 5개, 덴탈마스크 5개를 ‘선물’했다. 현재는 수급 문제로 회사 복지 차원의 마스크 지급이 줄고 있다고는 하나, 메신저에는 지금도 마스크를 받았다는 자랑 글이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부럽고 또 부럽다.

요즘에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노약자 등을 위해 ‘마스크 안사기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의 정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화폐가 될 뻔했던 마스크에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마스크 여유분이 있다면 지인들에게 마스크를 선물해보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마스크 한 장이라는 작은 선물이, 받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렇게 따뜻함을 나누다보면 누구나 기다리는 가장 큰 선물, ‘코로나19 종식’이 오지 않을까.

유정하 기자  jjeongt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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