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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입찰공고시 평가항목별 배점표 공개 의무가 있을까
▲ 이재현 법무법인 산하 수석변호사/ 아유경제 편집인

1. 사실관계

가. A 조합은 2019년 임시총회를 개최해 주식회사 B건설을 이 사건 재개발사업의 시공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했다.

이후 A 조합은 B건설이 홍보 규정 등 입찰지침서 규정을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B건설의 시공자 지위 박탈, 입찰보증금 반환, 새로운 시공자 선정 등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2021년 임시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해당 임시총회에서는 시공자 선정 취소 안건, B건설로부터 받은 입찰보증금을 전액 반환하는 건, 총회 안내 책자에 첨부된 입찰공고 및 입찰지침서를 기준으로 시공자를 재선정하기로 하는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나. 조합원은 2021년 8월 채무자 조합을 상대로, 2019년 이뤄진 시공자 선정 결의 및 2021년 이뤄진 입찰보증금 반환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이하 선행 가처분 사건). 선행 가처분 사건에서 2019년 시공자 선정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은 각하됐고, 2021년 입찰보증금 반환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은 인용됐다.

다. 채무자 조합은 2021년 임시총회 결의에 따라,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하고, 현장설명회를 실시한 뒤 입찰을 마감했다. 이 사건 입찰에는 B건설 및 C건설 컨소시엄(이하 BㆍC 컨소시엄)과 D건설이 참여했다.

라. 채무자 조합은 2021년 10월 시공자 선정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고, BㆍC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제1호 시공사 선정의 건ㆍ이하 이 사건 선정결의).

마. 조합원은 조합의 이 사건 임시총회가 지난 입찰지침서와 변경된 입찰지침서의 대조표를 공개하지 않았고, 입찰공고시 평가항목별 배점표 공개를 하지 않은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총회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2. 법원의 판단

1) 입찰지침서의 무효에 따른 하자(=부정)

가) 채권자 주장의 요지

채무자 조합은 2021년 8월 3일 대의원회회의에서 2019년도 입찰지침서의 내용을 변경한 새로운 입찰지침서를 인준하면서 대조표를 통해 변경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실질적인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변경된 입찰지침서의 내용도 조합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입찰지침서의 인준절차 및 내용은 위법하여 무효이다.

나) 판단

2021년도 시공자 재선정시 입찰공고와 함께 배포된 입찰지침서는 2019년도 입찰지침서의 내용과 달리 ①컨소시엄 구성 입찰참여 불가 규정 ②현장설명회 보증금 납부 규정 등이 삭제됐고, ③입찰보증금을 보증보험증권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채무자 조합은 총회 상정 안건 심의의 건에 관한 2021년 8월 3일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위와 같이 변경된 내용의 입찰지침서를 적법하게 인준했고, 2021년 8월 임시총회에서도 위 입찰지침서를 배포한 후 이를 기준으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채권자의 주장처럼 대의원회에서 당시 기존 입찰지침서의 내용에서 변경된 사항을 알기 쉽게 정리한 대조표가 제시됐다면, 대의원들로서는 더욱 충실한 논의를 거쳐 결의에 나아갈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입찰지침서에 관해 대조표를 만들어 변경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는 절차는 채무자 조합의 정관이나 국토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어디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채권자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새로운 입찰지침서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해 작성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

또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①새로운 입찰지침서에서 컨소시엄 방식의 입찰 참가를 허용하는 것이 반드시 채무자 조합에 손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그리고 ②현장설명회 보증금 납부 규정을 삭제하고 ③입찰보증금 납부 방식을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2020년 12월 16일 개정된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10조의2제2항1)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이므로, 입찰지침서의 내용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2) 입찰공고시 평가항목별 배점표 공개의무 위반에 따른 하자(=부정)

가) 채권자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입찰은 이 사건 고시 제21조제2항을 위반해 입찰공고시 평가항목별 배점표를 작성ㆍ공개하지 않았다. 이 경우 유효한 입찰로 판단할 수 없어 입찰 자체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결의도 무효이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9조제4항은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사로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공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조합원 간의 분쟁을 예방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도시정비법 제29조제3항의 위임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정한 이 사건 고시는 위 법령의 취지에 따라 조합이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면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 입법 취지와 이 사건 고시의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조합의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결의를 함에 있어 ①조합ㆍ입찰참가업체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도시정비법이나 정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 ②그러한 위반행위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도시정비법 제29조 등에서 경쟁입찰에 의해 시공자를 정하도록 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위 결의는 도시정비법 제29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년 8월 29일 선고ㆍ2013다50466 판결, 대법원 2016년 11월 24일 선고ㆍ2013다37494 판결).

(2) 구체적 판단

도시정비법 제29조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제2항에 따르면, 이 사건 입찰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로서 추정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공사의 계약에 해당하므로,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 일반경쟁절차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이 사건 고시 제19조제2항은 이 사건과 같은 적격심사 방식 내지 제안서평가 방식의 전자입찰의 경우 평가항목별 배점표를 작성해 입찰공고시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 조합은 입찰공고시 별도로 입찰제안서에 대한 평가항목별 배점표를 작성ㆍ공고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고시 제19조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결의가 무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도시정비법 위반행위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볼 때 ①입찰에 BㆍC 컨소시엄과 D건설만 참여했고, 두 회사 모두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시공자 후보로 상정돼 조합원들의 투표에 부쳐지게 되었기 때문에, 평가항목별 배점 여부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점 ②입찰지침서에 따르면 시공자들은 입찰제안서에 회사의 일반사항, 도급공사비, 사업 추진 일정, 이주비, 사업비, 분담금 납부 방법, 공사비 등 상환 방법, 조합원 특별제공품목, 기타 조건 등에 관한 사항을 기재해야 하는바, 위 항목들이 평가항목이 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점 ③조합원들은 이 사건 선정 결의 이전에 각 시공자의 제안 내용이 비교표 형식으로 설명된 총회 안내책자를 통해 입찰참가업체에 관한 정보를 받았고,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참석 조합원들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로 BㆍC 컨소시엄이 시공자로 선정됐던 점 등을 종합하면, 평가항목별 배점표 작성ㆍ공고의무 위반이 이 사건 선정 결의를 무효로 돌릴 만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시공자 입찰공고시 배점표를 첨부하지 않으면 입찰이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해당해야 한다. 입찰절차의 공정성이란 적어도 입찰참여 대상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동일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제로 입찰에 참여할 의사결정의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 입찰에서 평가항목별 배점표의 유무가 입찰의 공정성이나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 행사에 영향을 줬다고 볼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평가항목별 배점표 작성ㆍ공고의무 위반이 이 사건 선정결의를 무효로 돌릴 만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재현 변호사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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