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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획] 세운지구 4800가구 공급 ‘물거품’… 정비구역 해제 본격화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역도.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43만8585㎡) 내 48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계획이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이곳에 2028년까지 주택 총 478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을지면옥 등 일부 노포(老鋪) 보존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개발’ 대신 ‘보존’으로 방향을 틀고 정비구역 해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종로구, 세운2구역 정비구역 해제 주민공람 실시
세운지구 대부분 구역 올해 3월 26일자로 ‘일몰제’ 대상

26일 서울시와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종로구는 지난 5일부터 종로구 종로22길 15-3(장사동) 일대 세운2구역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기 위한 주민공람 절차를 개시했다. 중구도 이달 말 세운3구역 등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이하 세운지구) 내 관할 6개 구역을 대상으로 정비구역 해제 계획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오는 9월과 10월, 두 달간 시의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 11월경 도시재정비위원회를 열고 구역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세운지구는 1968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지어진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세운상가 일대를 허물고 주변 8개 구역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 생태계 교란, 옛 도시조직 훼손, 생활 터전 붕괴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2011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ㆍ수립했다.

바뀐 계획은 철거하려던 세운상가군을 촉진구역에서 분리ㆍ존치시켰다. 주변 지역은 옛 도시조직을 고려해 종전 8개의 대규모 구역에서 총 171개 중ㆍ소규모 구역으로 나눴다. 구역을 작게 나눠 점진적ㆍ순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의도였다. 향후 주민 의사에 따라 통합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대부분이 부지를 합쳤다. 세운3구역의 경우 3-1ㆍ4ㆍ5, 3-2ㆍ6ㆍ7, 3-3ㆍ8ㆍ9 등으로 통합해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구역이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올해 3월 26일자로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이 됐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시간 흐름에 따라 해가 저무는 것처럼, 일정한 기간 안에 사업 진척이 되지 않을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제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 등이 정비구역 지정ㆍ고시된 날부터 5년 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세운지구 내 일몰제 대상은 3-8, 3-10구역, 2구역 전체, 5-2ㆍ4ㆍ5ㆍ6ㆍ7ㆍ8ㆍ9ㆍ10ㆍ11구역, 6-1구역 등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은 4구역, 을지면옥이 속한 3-2ㆍ6ㆍ7구역, 3-1구역, 3-4ㆍ5구역(‘힐스테이트세운’), 6-3-3구역, 6-3-4구역 등은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일몰제를 피했다. 

지주협의회 “일몰기한 연장해야… 반대 의견서 제출할 것”
서울시 “법에 따른 해제 절차 진행 중”

세운지구 재개발 지주협의회는 서울시에 내달(8월) 세운지구 정비구역 해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주협의회 측은 일몰기한을 2년 연장해 개발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비구역 일몰기한은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요청하거나 지자체가 자체 판단해 정비구역으로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2년간 연장할 수 있다. 

이들은 서울시의 갑작스런 사업계획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30일 ‘2025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을 발표하며 세운지구의 주거비율을 기존 60%에서 90%까지 높여 당초 계획보다 주택을 확대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2770가구(3구역, 6-3구역), 2028년까지 총 4780가구(2구역, 5구역, 6-1구역, 6-2구역, 6-4구역)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을지면옥 등 일부 노포 보존 논란이 불거졌고, 시는 당초 추진 계획을 뒤집었다. 지주협의회 관계자는 “작년 말 서울시가 추가 공급계획을 밝혔기에 일몰기한이 당연히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초에 갑자기 을지면옥 등 일부 노포 철거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재개발’에서 ‘보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정비구역 해제를 반대하는 지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운지구는 세워진 지 50년이 넘어 골목 곳곳 길바닥부터 벽면 모두 낡고 허름하고 냄새도 심한 상태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것도 2006년으로 벌써 13년이나 흘렀다”며 “사업계획을 어떠한 논의도 없이 반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인데 서울시와 박 시장의 일방적인 결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비구역 해제 반대 서명을 받는 대로 다음 달(8월) 중에 서울시에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일몰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적법한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기조와 상관없이 도시정비법상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일몰제 적용 대상”이라며 “토지등소유자들이 일몰제 적용 전 구역 연장을 신청하지 않아 법에 따른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세운지구는 구역 통합이 안 되면 일조권 등 문제 때문에 고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고 개인사업자들이 신축 건물(빌라 등)을 올리면 노후 건축물 비율 문제 등 때문에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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