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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직권해제 논란, ‘매듭’ 아닌 ‘재점화’?!… 대법원 판결에도 서울시 ‘아집’
▲ 직권해제를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서울시가 직권해제 취소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업계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놓고 일부 사업 주체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5일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에 대한 직권해제는 취소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서울시는 직권해제 취소를 하지 않고 고집을 이어가고 있어 조합과 주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大法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 직권해제는 부당”
서울시 ‘묵묵부답’ 일관에 조합도 직권남용 ‘고발’

앞서 사직2구역이 서울시의 직권해제 무효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서울시가 되레 구역 내 부지를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등재해 통보하는 등 직권해제 취소를 하지 않자 구역 측은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하고 나섰다.

사직2구역은 2012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정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한양도성에서 인접한 주거지로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7년 3월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았다. 사직2구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양도성 인근에 위치해있다.

최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 조합이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낸 정비구역 해제 고시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7년 3월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한 바 있다. 사직2구역을 포함해 옥인1구역, 충신1구역 등도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에 조합은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신뢰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330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서울시 처분으로 조합의 신뢰가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대해 1ㆍ2심은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구역 직권해제 사유는 정비사업의 추진과 직접적인 법률상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인 1ㆍ2심의 판결과 뜻을 같이해 서울시의 구역 해제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는 계속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직2구역 조합은 서울시와 관련 공무원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사직2구역 조합은 서울시 행정 지연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들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대법원에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진행을 계속해서 막고 있다는 조합의 판단하에 이뤄진 후속 조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변경인가 신청서를 보완하라고 했는데 조합이 제대로 안 했던 것이다”며 “(소송에) 잘 대응하면 별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의 판결에도 서울시는 되레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한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가능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에 나섰다. 도시정비법과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고쳐 시장의 직권해제 위임 사항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사직2구역 내 선교사 부지를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해 더 이상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상황도 눈길을 끈다. 올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닷새 만에 구역 내 선교사 부지를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에 등재해 보호하겠다고 조합에 통보한 것이다.

사직2구역 조합은 이에 반발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묵살하는 박원순 시장 및 관련 공무원을 구속 수사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을 올리고 이들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으로 최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2013년 10월 종로구에 사업시행 변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종로구는 법적 처리기한인 60일을 무시하고 3년 5개월간이나 수리하거나 반려하지 않았다”며 “이는 박원순 시장이 종로구청장에게 고의적인 행정 지연을 지시하고 서울시 공무원들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해당 관계자는 “특히 서울시는 대법원이 직권해제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려 사업 정상화가 가능해졌음에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가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뜻한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시와 관할관청은 사업을 진행하도록 판결이 내려진 지 약 4개월이 지났음에도 사직2구역을 계속해서 방치해 구역 내 주택이 붕괴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곳의 주민들은 직권해제 구역으로 지정돼 신축, 개보수 등 건축 행위가 규제받고 있어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달 28일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 조합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사직2구역 내 한 주택 안방 천장 서까래가 폭우에 무너지며 붕괴됐다. 거주자가 잠시 물건 구매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붕괴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사고는 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주택의 신축 및 개보수가 다른 구역보다 어려운 실정이다”며 “구역 내 집들의 노후화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무작정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개발을 가로막고 있어 사고가 발생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사직2구역 내 주택들이 망가져 거주를 포기하고 집을 비운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는 해당 주택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사직2구역 내 주택들에 대해 전문가와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만큼 거주 중인 주택소유자에게는 퇴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성북3구역 재개발 조감도. <출처=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법조계 “성북3구역 재개발 직권해제도 ‘무효’”… 업계 “서울시 아집 꺾고 추진할 곳 인정해야”

서울시가 사직2구역 직권해제 취소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아집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직2구역에 이어 성북3구역 재개발 직권해제에 대한 판결도 무효로 알려져 서울시가 뭇매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서울시가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주민투표도 없이 서울시 권한으로 직권해제한 사직2구역에 이어 두 번째 판결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서울시의 출구전략에 제동을 거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했지만 서울시는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는 등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된다.

이달 21일 유관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지난 12일 성북3구역 조합이 서울시와 성북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 해제고시 무효소송 1심에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서울시의 2017년 10월 10일자 성북3구역 정비구역 해제고시와 같은 해 11월 9일자 성북구청의 성북3구역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성북3구역 재개발사업은 2008년 8월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뒤 이듬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1년 5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이 구역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노후화된 저층 단독ㆍ다가구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사직2구역과 마찬가지로 노후화가 심화해 사고가 우려되는 곳이다. 직권해제 전 재개발사업을 통해 지상 최고 11층 아파트 53개동 총 819가구(분양 679가구ㆍ임대 140가구)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3년 1월 성북구가 재개발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토지를 구역에서 제척해 정비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해 사업 지연이 초래됐다. 조합은 구의 요구를 수용해 2013년 3월 정비구역 변경 및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신청했지만, 서울시와 성북구는 명확한 이유 없이 승인 여부 결정을 3년 이상 내리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 방향에 따라 2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을 추진하면서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고 주민투표에서 사업 찬성률이 과반이 되지 못하면 시장이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조례를 제정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본래 정비구역 해제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이 요청하고 주민투표에서 반대표가 50% 이상이어야 가능한데, 해제 기준을 크게 넓힌 것이다.

성북3구역은 결국, 2017년 1월 전체 토지등소유자 593명 가운데 206명이 구역해제신청서를 접수했고 주민투표에서 사업 찬성률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는 2017년 10월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결정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정당한 행정절차라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성북3구역 재개발사업 지연이 서울시와 성북구의 이해하기에 힘든 행정절차 지연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고 주민 찬반투표에서 사업 찬성률이 과반수가 되지 못한 것도 사업 추진이 지체된 데 따라 주민들의 사업 의지가 꺾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행정기관의 고의지연 과실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서울시 법무팀은 항소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사직2구역과 마찬가지로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조례로 직권해제할 수 있는 임시 근거를 만들어 무리하게 구역 해제를 밀어붙인 결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서울에서는 2020년 3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재건축 23곳, 재개발 15곳 등 총 38곳이 구역 해제 대상에 해당한다. 만약 모두 해제가 진행될 경우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적어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불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25일 사직2구역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 제동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성북3구역에 대한 판결도 나온 만큼 서울시는 더는 아집을 부리지 않고 노후화된 주택들에 대한 안전 개선을 위해서도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형 단지로 재탄생될 예정이었던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 조감도. <출처=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서승아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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